나는 무엇을 기록하고 있을까
by longsalt블로그를 뭐로 채우면 좋을까. 남들은 블로그로 무얼 쓰고 있을까.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뭘 쓰라고 추천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기웃거려봤는데, '기록'이라는 표현이 정말 정말 많이 보였다. 당장 이 블로그에 적용시킨 스킨만 해도, 메인 커버를 적용시켜 놓으면 디폴트로 나오는 문구 중에 '기록하는 공책'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 표현들을 보고있자니 일단 내가 블로그를 하기 전부터 기록하던 건 대체 무엇이 있는지부터 좀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들 중 블로그로 옮겨 남겨둘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게 내 주된 블로그 콘텐츠가 될지도 모르는 거고...
일단 나는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가끔 빼먹는 날도 있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매일 쓰려고 한다. 손글씨로, 매일 다른 필기구를 사용해서, 1년동안 한 권을 쓸 수 있도록 나온 다이어리에 하루 일과를 기록한다. 나는 이 '손글씨', '매일 다른 필기구', '1년 동안 한 권'이라는 요소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기 쓰기를 블로그 쓰기로 대체할 수는 없다. 일기의 내용이 매우 사적이므로 공개된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것도 영 내키지 않는다. 물론 일기로 썼던 일들 중 일부를 블로그에도 또 쓰는 일이 생길 수야 있겠지만...
일기 외에도 가끔 책이나 신문을 읽고 인상깊은 부분을 손글씨로 적어 남겨둘 때가 있는데, 이건 손글씨로 적은걸 또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기도 한다. 이건 어쩌면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것도 같다.
손글씨로 남기는 기록은 그 두가지정도뿐이다. 나머지 기록은 다 카메라를 들이밀거나 키보드를 두들겨서 남기는데, 문서 작성에는 엑셀과 옵시디언을 활용하고 있다.
엑셀을 이용해 남기는 기록들은 간단한 수식 계산이 필요한 데이터들이다. 그러므로 블로깅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옵시디언으로 남기는 기록들은, 무얼 보거나 어딜 다녀오거나 새로운 걸 먹거나 하는 감상들을 적은 것이라 블로그에 적기 썩 나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독서 감상을 블로그에 올린다면 일부 손글씨로 옮겨 적은 사진을 첨부하는 식으로 포스트를 꾸밀 수도 있겠지.
요즘 들어 새로 배우고 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배우면서 내가 배운 진도를 남기는 식으로 의욕 고취를 하는 학습 일기 블로깅 같은 건 할 수 없다. 내가 배운 것이나 하고 있는 업무에 있어서 남들과 공유할만한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전문적인 내용의 기록 또한 나로서는 선택할 수 없는 방향이다.
그러니까 하고있는 기록, 그리고 그중 블로그에도 남길 수 있는 기록이라면... '무언가를 보거나, 만들거나, 먹거나, 하거나, 다녀온 뒤에 사진을 곁들여 남기는 감상문' 정도... 그것도 어느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니... 내가 무언가를 새로 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일상 기록 중 일부를 정리해 남기는 사변적인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아. SNS에 매일 저녁 도시락 먹은 사진을 올리고, 웹 연재물을 본 뒤 짧은 감상 남기는 일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주기적으로 모아서 블로그에 정리한다면 꽤 괜찮은 기록이 되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사변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보니, 나는 기왕 블로깅을 하게 되면 뭔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성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조금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에겐 당장 그런 지식이나 능력이 없고, 무언가를 배울 예정이나 여유도 딱히 없다.
블로그와는 별개로, 이렇게 적어보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것도 기록을 하지 않으면서 사는 건 아닌 듯싶다. 나름대로 일기도 쓰고 있고, 무얼 읽을 때마다 꼬박꼬박 옵시디언과 엑셀에 기록을 늘려가고 있고, SNS에 저녁 도시락 인증샷도 꾸준히 올리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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