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 유즈어리25A
by longsalt지난번에 내가 하고 있는 기록을 되돌아보면서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고 했었다. 1년 동안 한 권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이어리에 그날 있었던 일을 기록한다고. 오늘은 그 다이어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지금 쓰는 다이어리를 만나기 전까지 여러 다이어리를 거쳐왔다. 제본된 노트 대신 바인더를 쓴 적도 있다. 일기를 따로 적는 대신 한 노트에 일기를 포함해 이런저런 종합 기록을 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고, 워드 파일이나 일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록을 해보려고 했던 적도 있다.
모두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고, 어떤 것은 더이상 일기용으로 쓰지는 않아도 여전히 사용하는 중이다.
여러 크기와 재질의 노트를 거치면서 나는 내게 가장 적당한 크기의 일기장이 A5, 25절 크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보다 조금 더 크거나 작다고 해서 크게 불편했던 건 아니지만, 저 사이즈가 가장 편했다.
나는 일반적인 볼펜뿐만 아니라 만년필도 사용하기 때문에 만년필을 사용해도 번지지 않는 종이라고 하면 장바구니에 넣곤 했다. 예전에는 스탬프나 스티커로 달력이나 날짜란을 꾸미는 게 좋았기 때문에 날짜가 미리 쓰여있지 않은 제품도 후보군으로 생각했으나, 언젠가부터는 그게 아주 귀찮아져서 그냥 1년 날짜가 인쇄된 제품을 찾아다녔다.
서식은 예쁘고 세련되면 좋지만 사실 투박하고 못생겨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매년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썼고, 책꽂이 한쪽을 채워나가는 내 일기장들의 책등은 들쭉날쭉해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을, 하다못해 비슷한 형태의 비슷한 다이어리를 나란히 세워놓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은 양지사의 유즈어리 25A를 일기장 용도로 쓰고 있다. 이 제품은
-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이즈인 25절, A5 사이즈이고
- 1년 날짜가 모두 인쇄되어있어 일부러 날짜를 기입할 필요가 없고
- 어지간해서는 시장에 없어질것 같지 않고
- 어지간해서는 디자인이 크게 바뀔 것 같지도 않고
- 의외로 만년필을 사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내가 일기를 쓰며 필요로 했던 요소들을 모두 충족한다. 물론 이 제품이 나에게 있어서 완벽한 물건이라는 건 아니고 이래저래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저 요소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매년 10월 무렵이면 문구회사들이 하나둘 다음년도 다이어리를 내놓기 시작한다. 양지사는 기업체 대량 주문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인 만큼 주문제작의 경우 그보다 조금 일찍 주문을 받기 시작하지만, 개인에게 판매하는 제품은 다른 문구 회사들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를 시작한다.
나는 지난 2023년부터 양지사 유즈어리25A를 일기장으로 쓰고 있다. 2024년 일기도 유즈어리에 적었다. 그리고 2025년 일기장 역시 아예 일찌감치 같은 제품으로 정해 구비해두었다. 이미 쓰고 있는 제품이 편하기 때문도 있지만, 미리 사두지 않으면 다른 회사의 멋진 제품들에 혹해서 자꾸 카드를 들었다 놨다 하게 될까 봐 그런 것도 있다.
기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기록 자체일것이고 기록의 도구는 부차적, 보조적인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내게 편하고 잘 맞는 무언가를, 계속 쌓아가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무언가를 찾아 사용한다면 주가 되는 기록을 조금 더 즐겁게 오래도록 할 수 있겠지. 또 그게 바로 도구가 발휘하는 보조적인 역할일 테고.
이렇게 내년에 쓸 일기장을 미리 준비했다. 작년과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양지 유즈어리25A다. 내후년에도 또 같은 다이어리를 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보다 훨씬 내게 잘 맞는 또 다른 일기장을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은, 2025년은 또 양지 유즈어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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